[일반 문학] 외계인 그녀

겨울 방학이 끝나고 일주일이 지난 뒤, 졸업식이 시작됐다. 교장 선생님의 축사가 시작됐다. 3학년 학생이 하나둘씩 학교 강당의 앞으로 나가 졸업장을 받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졸업생분들의 축하공연이 끝난 뒤 반의 순서대로 강당을 나가기 시작했다. “박시후, 너 어디 가? 끝난 뒤놀자고 해놓고.” 주혁이 강당을 먼저 나가는 나를 향해 말했다. “잠시 다른 반...

4 일 년이 흘렀다. 중학교 3학년의 겨울이었다. 스포츠머리의 친구하고 여자애하고는 같은 5반이 됐다. 그녀하고는 반이 갈라졌다. 같은 반이 아니라는 사실에 아쉽기보다는 다행이었다. 작년의 그날 이후로 그녀와 한 마디도 말을 나누지 않았다. 나는 그날 이후 바로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께 학원을 다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더 이상 그녀와 함께 방과 후에 남아서...

한 달이 흘렀다. 더운 여름의 기색은 나무를 물들이는 단풍과 함께 옅어지고 있었다. 축구부들의 친구들과는 마지막으로 송별회를 한 이후 이주 정도는 많이 어울려 다녔지만, 대화의 주제는 언제나 다른 팀과 상대하며 느꼈던 점들이나 훈련에 대한 얘기들이었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학교를 끝난 뒤에 만나는 횟수는 줄어들었다. 그동안 스포츠머리의 친구와는 따로 만나서 ...

하루가 흘렀다. 수요일 날은 부 활동이 있는 날이다. 독서 토론 부는 과연 부 중에 최악의 인기를 자랑할 만큼 엉망이었다. 독서 토론부에는 독서도 없었고 토론도 없었다. 담당 선생님은 당연하다는 듯 자리를 비웠고 다른 반 애들은 핸드폰을 꺼내 놀거나 학교 스크린을 내려 영화를 보거나 했다. 대신 부 활동이 끝날 때 자신이 읽었던 책에 대한 독후감을 나눠준 ...

1 그녀는 언제나 반의 한 구석에서 조용히 책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정적이면서 고요해 어딘가 독단적이라는 분위기를 풍겼고, 수많은 아이들과 같이 있는 반에서도 마치 혼자 자신만의 방에서 책을 읽는 것 같았다. 그러나 독단이란 학교생활에 치명적인지라, 그녀는 주위에 별 다른 친구가 없는 듯 보였다. 학기 초에 가까이 접근을 시도해본 같은 반 여자아이들은...